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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지니(Jini)의 삶/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Nov 19, 2020 오늘 아침 너의 작은 의견을 또 무시해버렸다

지니(Jini) 2020. 11. 19. 15:06

 

부족한 엄마 곁에서도 밝고 어여쁘게 커주는 너무 사랑스러운 너

 

어제 오후부터 아침까지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온도로는 포근한 날씨이긴하나 일주일 넘게 코를 그렁거리는 아이가 걱정되어 우비안에 플리스자켓 하나를 더 입히려 꺼내들었다. 하지만 너는 우비만 입겠다며 기어코 고집을 피우고 나는 화가났지.

 

시간은 이미 10시가 다 되어가는데 어디든 늦는걸 좋아하지않는 엄마는 마음이 급했다.

늦게 일어난 것은 나인데, 일찍일어나지 못해 충분한 준비시간을 갖지못하는 것은 생각 못 하고 그저 아이만 재촉해대다가 고집을 피우던 아이에게 큰소리를 화를 내고 결국 아이를 울리고 말았다.

그렇게 우비안에 자켓을 입지않겠다던 너의 그 작은 의견은 무시당했다.

 

 

일층 현관을 나서자 날리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본인 우산은 본인이 쓴다길래 아이게 묻지않고 우비모자를 씌워주었다.

이 또한 나는 아이에 대한 걱정이란 핑계로 우산을 잘 들지 못 하는 아이가 어린이집까지 걸어가는 그 짧은 시간 행여 머리가 젖을까 씌워준것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답답한지 "모자 싫어.."라며 울상을하며 손으로 모자를 벗고있었다.

 

순간 또 화가났다. 나는 너를 걱정해서 하는 것인데 도대체 왜 이 바쁜 아침에 엄마의 마음은 몰라주고 본인 하고픈대로만 하려 하는지..

 

"그럼 비에 젖잖아! 그렇게 고집피울거면 우산이나 똑바로 들어! 머리 젖는건 네 책임이야!" 라며 그 작은아이에게 화를내고 책임을 회피했다.

그렇게 아침 그 짧은 시간에 두번이나 너의 작은의견은 무시당하고 아이는 또 엄마말에 상처를 받았겠지..

 

 

어린이집 문을 열고 들어가서는 우산꽂이에 본인이 우산을 넣겠다며 "엄마 돌돌돌 해줘요" 하는 너를 보는데

선생님이 계셔서일까 어린이집에 많이 늦지않은 안도감일까 마음이 누그러지더니 문득 미안해져서 멈칫하게 되었다.

"하아.. 그래.. 엄마가 미안해.."

 

나의 나즈막한 목소리를 들으셨을까? 아니면 아이 부탁에 한숨쉬는엄마로 생각하셨을까?

내 목소리를 들은 선생님께서 "혼났어요? 라윤이는 이런게 참 예뻐요. 하나하나 부탁하는거~"라고 말씀하시는데 누가 뒷통수를 한대 친 기분이었다.

 

아... 아이가 이렇게 하는게 참 예쁜 행동인데 나는 그저 귀찮아서, 내가 집안일을 하고 있어서, 식사 준비 중이었어서, 얼른 예약한 운동을 가야해서 등등 많은 핑계로 그동안 이 예쁜 행동을 예쁘다고 느끼지 못해왔는지, 그 행동을 어여삐 여겨준지가 언제인지..

 

"라윤이가 제일 야무져요 제 생각에는요 :) " 선생님이 한마디 더 거들어주셨다.

 

아이를 빤히 바라보다가 "안녕"하고 아이도 나에게 "안녕~"하고 어린이집을 나섰는데

꼭 안아주고 엄마가 미안했다고 재미있게 잘 놀고있으라고 이야기해줄껄 집에 와서 또 후회했다.

 

 

 

너와 나는 인간과 인간으로 대등한 관계이다. 비록 나보다 늦게 태어났을 뿐 너와 나는 상하관계도 아니고 나만이 너에게 내 생각을 강요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아니란 것을 알고 있다.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의 심리육아', '미움받을 용기1'을 보고 많이 느꼈다.)

 

오늘 너가 나에게 어필하고 싶었던 너의 생각은 (그 상황에서 느끼기엔 그저 고집으로 보이던) 충분히 내가 따라 줄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우비안에 플리스자켓 하나 안입어도 고작 10분도 안걸리는 집앞 어린이집을 가는데 그리 춥지 않았을테고

우비모자를 안쓴다고 한들 그 짧은 시간에 너의 머리가 생쥐마냥 젖지 않았을것이다.

 

엄마는 또 다시 너를 내 아이 (나보다 어린 아랫사람)으로 생각하고 너의 의견은 듣지않고 나의 걱정을 핑계삼아 나의 생각을 강요해버렸네.

 

책을 보면 무릎을 치며 '그렇지. 너를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해줘야지' 라고 느끼고 다짐하는데

실천이라는 것이 참 어렵다.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어렵지 않은 일인데.. 엄마는 왜 이리 어려울까

 

날씨도 엄마도 아침부터 좋지않은 시작을 맞이한 하루였다.

오늘 하원하고나서는 엄마가 꼭 안아주고 다시 마음을 잡고 너를 존중해주고 사랑해줄께.

이렇게 매일매일 다짐하고 되뇌이면 엄마도 좀 더 나은 엄마가 될 수 있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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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쓰면서 반성과 죄책감, 후회의 글들이 긍정의 글들로 변하길 바라며 기록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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