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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3, 2020 작은 변화가 보이는 것 같다 (미움받을 용기, 아들러의 심리교육)

지니(Jini) 2020. 11. 24. 11:41

신랑이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란 책을 10월 초쯤 선물 받았다.

길면 일주일이면 읽을 수 있는 책을 사실 얼마전에 다 읽었다.

근래 인간관계, 부부관계, 독박육아, 정신적으로 모든게 지쳐있었고 아이를 보내고나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누워서 멍 때리거나 생각없이 피식 웃을 수 있는 티비를 선택했기때문이다.

그러다 지난주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미움받을 용기 2'를 손에 쥐었고 나도 모르게 기시미 이치로의 책을 더 찾고있었다. 그러다 접한 것이 '아들러의 심리육아'이다.

집에와서 읽다 멈추었던 '미움받을 용기'를 다 읽고 '아들러의 심리육아'를 읽어내려가니 금방 책 한권을 다 읽을 수 있었다.

 

처음 기시미 이치로 책을 읽을때 '이건 무슨 말장난인가' 보면서 어이가 없어 피식거리던게 생각난다.

머리로 이해는 가지만 정말 이건 나하나 변한다고 변할 수 있는게 아닌 이상에 젖은 이야기들이었다.

'아들러의 심리육아'도 그와 같다. '육아'라는 카테고리로 나왔을 뿐.

그런데 이번에는 이전과 다르게 읽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첫 아이인데 양가 도움없이 매일같이 바쁜 신랑의 도움없이 혼자 낑낑 싸매고 키우다보니

커가면서 생기는 아이의 고집에 정말 많이 지쳐있었다.

'얜 도대체 누굴 닮아 이런걸까?' 속으로 수백번 수천번 묻고 화가머리끝까지 날때는 결국 그 말이 아이앞에서 입 밖으로까지 나왔다.

 

나는 아이를 한 인격체로 대하고 있지 못하고 '소유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책임져줘야하는 아이.

이미 많은 육아서와 육아관련 영상을 보면서 아이는 나와는 다른 인격체라는걸 알고 있었지만 그 당시만 수긍할뿐 아이를 키우면서 적용되지는 못 했었다.

내 마음의 여유가 없던 것인지, 나 스스로 그 본질을 부정했는지 그건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에 책 두권을 읽고서는 정말 한대 세게 맞은 것처럼 많은 생각이 오갔다.

볼 때만 수긍하는 것이 아닌 (아직은 제대로 아들러의 사상을 이해하진 못 하지만)정말 내가 그렇게 실천을 하면 나아지지않을까란 생각이 들었고 뭔가 나의 어릴적부터 꼬여있던 이 모든 상황이 풀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11월16일, 처음 '아들러의 심리육아'를 읽기 시작하고 작은 실천이라도 해보자 마음 먹었다.

 


나는 아이에게 화를 내고 싶지않다

늘 주눅들어 살아온 내가 싫어서 아이만큼은 스스로의 생각을 스스름없이 말하며 당당하게 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화에 아이가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말 못하게 되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플 것같았다.

 


 

6월쯤부터 생겨난 아이의 고집. 본래 커가며 당연한 아이의 표현 방식일 수 있는 것을 나는 인정해주지않았다. (사실 그렇다기엔 아이 고집이 보통이 아닌 것은 맞다. 어린이집 선생님조차도 '고집이 무척 세요'라고 말씀하실 정도였으니)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고집이 아니라 아이의 의견이라고.

그리고 내 고집(욕심)도 좀 버려보자 생각했다.

 

나도 보통의 고집이 아니다보니 (성격적인 고집 외에도 내가 하고자 마음 먹은 것, 이 시간안엔 이것을 해야하고 내가 지금 이것을 끝내야하고 등등) 아이와 이게 더 많이 부딛혔었다.

 

나는 빨리 지금 약을 먹이고 다음 준비를해야하는데 아이를 약을 먹지않겠다고 우긴다.

보통 때같으면 약을 들고 시간을 허비하며 아이와 대치하다가 결국엔 내가 이겼을 것이다.

처음으로 "그래 약은 조금있다가 나가기전에 먹어도 되니 다른걸 먼저해보자" 라고 말하고 다른 준비를 하고 마지막엔 "이번엔 꼭 먹어야해"라고 말하니 아이가 약을 먹었다.

약은 5-6시간 간격의 투약시간만 지키면 언제먹어도 해가 될게 없는 것이다. 그 상황에 약을 먹고싶어하지않은 아이의 의견을 수용했더니 나도 편해지고 아이도 편해졌다.

 

날이 추워 계속 코를 그렁거리는 아이를 보면 아침에 페이크목폴라나 목도리까지 해서 나가고 싶다. 내가 어릴때 감기 들면 목이 따뜻해야한다고 말씀하신 어른들이 생각나서 일까.

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페이크목폴라를 집어들고와서 아이에게 "밖에 추우니 이거 하고가야해"라고 했다.

아이는 또 거부한다...

다른때같으면 하고가야 춥지않다며 또 대치를 했을 것같다.

이번엔 "이거는 하고싶지않아? 그러면 이따가 겉옷입고 목도리는 하고가야해 목이 추우니깐. 이거안하면 목도리는 할래?"라고 의견을 물어보았다.

아이는 페이크목폴라는 하기 싫다고 했지만 목도리는 하겠다고했다.

그렇게 또 나도 편해지고 아이도 편해졌다.

 

남들이보면 이게 뭐 대단한거라고 당연히 저렇게 유연하게 대처해야하는거 아니냐고 쯧쯧혀를 내두를지 모르겠지만

나라는 사람에겐 꽤나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좀 더 엄마답게 변하려 노력하는 것이고.

 

그런데 이런 사소한것의 작은변화때문인지 어제 나에게 매우 놀라운 일이 생겼다.

 


 

여느 아이들이나 같겠지만 아이가 부쩍 씻는걸 싫어한다. 기본적인 양치도 엄청 애 먹으며 시켜야하고 이것때문에 종종 기도 빨린다.

그런와중에 어제는 스무스하게 샤워도 치카도 잘하고 나와서 잘 준비 중이었는데

평소보다는 조금 일찍 퇴근한 아빠가 호두과자를 사왔다. (지저스..)

 

아이가 보자마자 먹겠다며 달려드는데.. "이 닦아서 오늘은 안되는거야. 내일먹자"했지만 "먹고 이 닦을거예요"라는데 더 안된다고 하기도 힘들었다.

약속을 받고 먹였는데.. 역시나 아이는 다 먹고나서는 괜히 이거 하고 닦는다 저거 하고 닦겠다 핑계를 계속 만들어대고 있었다.

시간은 잘 시간을 훌쩍 넘겼는데(이것도 물론 어른들의 기준이다) 더는 안된다고 화장실앞에서 치약을 짠 칫솔을 들고 "엄마가 기다릴께 이리와"라고 말을 남기고 아이를 바라보며 앉아있었다.

 

아이는 삐쭉삐쭉 거리더니 얼마나 하기싫었는가 이내 대성통곡을 했다.

 

 

⊙여기서 놀라웠던 점 하나; 그동안 나는 아이 우는 소리를 들으면 미칠것같았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화가 올라오고 감정이 주체가 안되었다. 그만큼 나는 육아에 지쳐있었다.

그런데 근 일주일을 사소한거부터 생각의 변화 실천의 변화를 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이 상황에서 화보다 아이의 모습이 귀여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보통때라면 이미 다그치면서 화를 냈을텐데

'애는 애구나, 얼마나 싫었으면'이란 마음에 그저 우는 아이가 귀여웠다.

나는 그런 내 모습이 정말 놀라웠다.

 

 

그리고 아이가 우는 동안 기다렸다.

스스로 감정을 추스를 기회를 주라는 말이 생각났다. (이건 오은영 박사님 말씀이었던것같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몇분을 꺽꺽대며 울더니 나에게 달려와 안겨서 차차 눈물을 그쳤다.

아이가 좀 더 울음을 가라앉히게 다독여주고 기다려주다가 "라윤이 서서 닦을래 누워서 닦을래? 라윤이가골라봐."라고 물으니 "누워서.."라고 말하며 다리를 뻗고 누웠다.

 

 

⊙놀라웠던 점 둘; 아이 스스로 울다가 엄마에게 다가와 울음을 그친 것. 그리고 양치를 쉽게 한 것.

정말 놀라웠고 대견했다. 한번 하기싫다고 떼 쓰고 울기시작하면 정말 심했는데 어떤 마음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쉽게 와서 그치고 이 닦는 모습이 정말정말 대견했다.

 


아.. 내가 얼마나 더 평정심을 유지하며 너와 나는 대등한 인격체라는 전제로 아이를 키워나갈 수 있을지 잘은 모르겠다. 나는 감정에 쉽게 무너지는 사람이라 내가 심리적, 정신적으로 또 무너지면 이 작은 실천을 해나가야함에 있어서 또 다시 삐끗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면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사소한 작은 노력으로 너에게서도 시작되는 작은변화가 감사하다. 엄마가 화내지않으니 아이가 더 밝아지는 것 같다.

아니면 그동안 내가 그 작은 어여쁨을 보지 못 할 정도로 지쳐있었던건가?싶지만

지금 이 작은 변화가 너무 좋다.

 

사람이 한번에 변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엔 정말 나 스스로도 조금씩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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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쓰면서 반성과 죄책감, 후회의 글들이 긍정의 글들로 변하길 바라며 기록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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